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0-03/papa-francesco-angelus-luc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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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빛은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키고 우리 마음속에 있는 악을 불태웁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전히 코로나19 비상사태에 있는 322일 사순 제4주일 삼종기도에서,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비추기 위해 복음에 나오는 시력을 회복한 눈먼 사람을 본받자고 초대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사순 제4주일 전례의 중심에는 빛이라는 주제가 있습니다. 복음(요한 9,1-41 참조)은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에게 예수님께서 눈을 뜨게 해주신 사화를 소개합니다. 이 기적 같은 표징은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9,5)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확인시켜줍니다. 그분은 우리의 어둠을 비추시는 빛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 차원에서 빛을 비추어주십니다. 육체적인 차원과 영적인 차원입니다. 눈먼 사람은 먼저 시력을 되찾고 그런 다음 사람의 아들”(요한 9,35), 곧 예수님에 대한 신앙으로 인도됩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과정입니다. 오늘 여러분 모두 요한복음 9장을 읽으신다면 아주 좋을 겁니다. 이 구절을 읽어보십시오. 매우 아름다운 내용이고 한 번 더 혹은 두 번 읽는 것이 좋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루시는 기적은 화려한 행위가 아니라, 내적 변화의 여정을 통해 신앙으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입니다.

 

무리지어 그 자리에 있던 율법학자들은 기적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렸고, 눈을 뜨게 된 그 사람에게 교활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실의 힘으로 그들을 쩔쩔매게 합니다. “이 한 가지, 제가 눈이 멀었는데 이제는 보게 되었다는 것은 압니다”(요한 9,25). 그를 둘러싼 채 의심의 눈초리로 질문을 던지는 이들의 불신과 적대감 사이에서, 그는 눈을 뜨게 해주신 분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그분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도록 점차적으로 이끌어주는 여정을 완성합니다. 무엇보다 그분을 예언자로 여겼고(요한 9,17 참조), 나중에는 그분을 하느님에게서 오신 분으로 인정합니다(요한 9,33 참조). 마지막으로 그분을 메시아로 받아들이며 그분 앞에 엎드려 경배합니다(요한 9,36-38 참조). 그는 자신의 눈을 뜨게 해주신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일을 드러내셨음을 깨달았습니다(요한 9,3 참조).

 

우리 또한 이런 체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눈이 멀었던 사람은 신앙의 빛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새로운 빛 안에서 자신의 삶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볼 단계에 있는, 이미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와의 친교에 들어갔고, 다른 차원으로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공동체에서 소외된 걸인이 아니고, 더 이상 편견과 실명의 노예가 아닙니다. 그의 빛(깨달음)을 향한 여정은 죄에서 해방되는 과정의 은유입니다. 우리 또한 이 여정으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죄는 우리의 얼굴을 가리고 우리 자신과 세상을 분명하게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어두운 베일과 같습니다. 주님의 용서는 이 어둠과 그늘의 덮개를 없애버리고 우리에게 새로운 빛을 다시 비추어줍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순시기는 어머니 교회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여러 가지 형태로 주님의 자비를 청하며, 주님께 다가가기 위한 소중하고 적절한 시기입니다.

 

이미 육신의 눈과 영혼의 눈을 통해 볼 수 있게 된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은, 어둠에서 벗어나 은총에 잠긴 채 빛과 신앙 안에 자리를 잡은 세례 받은 모든 이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빛을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빛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각자는 자신의 삶 전체를 통해 빛을 드러내기 위해 하느님의 빛을 받아들이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 초세기의 신학자들은 그리스도인 공동체, 곧 교회를 달의 신비라고 불렀습니다. 왜냐하면 빛을 비추지만 빛 자체는 아니고,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빛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또한 달의 신비가 되어야 합니다. 곧 그리스도, 주님이신 태양에게서 받은 빛을 주는 것입니다. 오늘 성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에페 5,8-9). 세례 때 우리 안에 심어진 새로운 삶의 씨앗은 무엇보다 먼저 우리를 정화시키고, 우리 마음속에 있는 악을 불태우며, 우리에게 빛을 밝히며 비추게 하는 불꽃과 같습니다. 예수님의 빛을 통해서 말입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께서 복음의 눈먼 사람을 본받도록 우리를 도와주시어, 우리가 그리스도의 빛으로 넘치고 구원의 길에서 그분과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