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요한 1,14)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마태 4,4. 신명 8,3)

 

 

 

 

 

묵 상 1   말의 힘                            박완서

 

 

며칠 전에는 고(故) 일석 이희승 선생님의 유지를 받들어 제정한 일석국어학상 시상식에 참석한 일이 있다. 그날의 주인공인 수상자와는 평소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선생님의 유족과의 친분관계와 생전의 선생님의 인격을 기리는 마음 때문에 참석한 자리였다. 시간이 임박해서 식장에 당도했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 말석에 처음 만난 사람들하고 동석을 해서 수상식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공식적인 식순에 따라 수상소감은 맨 나중이었다.

 

좀 긴 수상소감이었고 내용도 겸사와 고인에 대한 추모와 일화를 담은 의례적인 것이었다. 시간도 하객이 지루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도 이상하게 장내가 조용해졌다. 수상자의 담담하고 수수한 술회가 장내를 사로잡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수상소감이 끝났을 때 나하고 한 테이블에 동석한, 미국서 오래 살다 잠시 귀국했다는 어떤 부인의 눈이 눈물로 젖어 있는 걸 나는 분명히 보았다. 눈물을 들킨 부인이 민망한 듯 말했다. 우리말이 어쩌면 저렇게 아름답죠? 딴 사람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며 마음이 순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잔잔한 감동이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친밀감이 흐르게 했다.

그렇다고 수상자가 웅변가나 달변가 같지는 않았다. 그분은 편안하고 반듯한 우리말을 구사해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극적인 억양 없이 쉽게 말했을 뿐이었다. 고인에 대한 공경과 추모도 과공에 흐르지 않았고, 자신에 대한 겸사에도 지나침이 없었고, 포부를 말함에 있어서는 솔직하고 당당했다. 무엇보다도 그분은 청중을 웃기려고도, 홀로 빛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든지 단상에만 섰다 하면 청중을 웃기든지 충격을 주어ㅡ하다 못해 남다른 고성으로라도ㅡ초장에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나는 오래간만에 진심에서 우러나온 반듯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들으면서 저런 화법이야말로 진솔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구나 싶으면서 잃었던 걸 찾은 것처럼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묵 상 2   모두 당신 것입니다

 

 

바다, 파도, 모래밭, 석양, 별자리, 모닥불, 물새소리, 

갯벌, 통통배, 뭉게구름, 소나기, 무지개, 옹달샘, 

폭포수, 계곡, 냇물, 징검다리, 반딧불, 매미소리, 느티나무, 원두막, 목침, 부채, 수박, 평상, 모깃불, 나팔꽃, 아침 이슬···.

 

모두 당신 것입니다. 이 여름, 당신을 위해 천만 년 전부터 준비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아무 염려 말고 이들 곁으로 가십시오. 

당신이 쉬는 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당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풍요로워지는 것뿐입니다.

 

쉼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당신의 휴식을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당신을 진심으로 미워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빨리 그를 떠나 당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자연의 품으로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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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도

 

 

주님

제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에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내뱉지 않게 도와주시어

좀 더 겸허하고

좀 더 인내롭고

좀 더 분별 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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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store gud (How great Thou Art) - Siss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