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들이 햇빛 속에 고요히 있듯이

대지는 내게 침묵을 가르쳐 주네

오래된 돌들이 기억으로 고통받듯이

대지는 내게 고통을 가르쳐 주네

 

꽃들이 처음부터 겸허하게 피어나듯이

대지는 내게 겸허함을 가르쳐 주네

어미가 어린 것들을 안전하게 돌보듯이

대지는 내게 보살핌을 가르쳐 주네

 

나무가 홀로 서 있듯이

대지는 내게 용기를 가르쳐 주네

땅 위를 기어가는 개미들처럼

대지는 내게 한계를 가르쳐 주고

 

하늘을 쏘는 독수리처럼

대지는 내게 자유를 가르쳐 주네

가을이면 떨어져 생명을 마감하는 잎사귀들처럼

대지는 내게 떠남을 가르쳐 주고

 

봄이면 다시 싹을 틔우는 씨앗처럼

대지는 내게 부활을 가르쳐 주네

눈이 녹으면서 자신을 버리듯이

대지는 내게 자신을 버리는 법을 가르쳐 주네

 

마른 평원이 비에 젖듯이

대지는 내게 친절을 기억하는 법을 가르쳐 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