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길에서

 

                            쿠엔 반 투안 추기경

 

저는 당신의 모든 발걸음을 쫓아갑니다.

베들레헴의 외양간으로 방랑하시는 당신의 발걸음.

이집트로 가는 길에서 염려하시는 당신의 발걸음.

나자렛의 집으로 서둘러 가시는 당신의 발걸음.

부모와 함께 성전으로 가시는 당신의 즐거운 발걸음.

30년간의 일 속에서 피곤하신 당신의 발걸음.

복음을 설교하신 3년간의 열심한 당신의 발걸음.

길 잃은 양을 찾으려고 서두르시는 당신의 발걸음.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는 슬픈 당신의 발걸음.

집정관 앞에 서신 외로운 당신의 발걸음.

갈바리아 언덕으로 가시는 길에서

십자가에 짓눌린 당신의 발걸음.

죽어서 당신의 것이 아닌 무덤에 묻히신

실패한 당신의 발걸음.

 

옷도 없고, 친구도 없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당신의 아버지한테까지 버림받고,

그러나 항상 당신의 아버지에게는 복종하셨던

그 발걸음.

 

그러나 저는 당신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이 모든 이를 위한 사랑으로

제 마음을 흠뻑 적시려고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저는 당신을 택하였습니다.

저는 당신과 당신의 영광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주 예수님,

당신께, 당신을 위하여, 감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저는 깨닫습니다.

제가 또 다른 길을, 더 행복한 길을,

택할 수 없었으리라는 것을.

 

 

 

오늘도 저를 당신께 맡깁니다

 

주님,

매일 아침, 아직 한 번도 살아 본 적이 없는 세상을 향해

떠나는 저를 축복해 주소서.

저의 호흡을 언제나 흐트러지지 않게 가지런히 만드시고,

마음속에 들려오는 작은 이기심과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당신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용기와 지혜를 주소서.

 

당신처럼 광야에 홀로 남겨져 외로울 때,

배고픔과 허기진 욕심을 채우려는 유혹의 때,

내일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거리로 잠 못 드는 때,

교만과 자만심의 유혹의 때,

마음의 갈등과 번잡함이 생겨날 때에

저의 마음을 감실 앞에 홀로 머물게 해 주소서.

 

오늘 하루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인생의 마지막 한 페이지임을

기억하게 하시어, 어제의 감정, 남루한 미움과 열등의식,

실패했던 기억의 옷을 벗어 버리게 하소서.

너무 기뻐서 교만에 빠지지 않게, 너무 슬퍼 절망에까지

이르지 않게 해 주시고,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임을

알고 붙잡지 않을 용기도 주소서.

 

그 용기로 소유한 것들의 척도를 가늠하여, 모든 것들이

잠시 저의 손을 거쳐 가는 것일 뿐임을 알게 하소서.

부질없고 가벼운 인연에 머물러 당신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길을 걷는 저를 일으켜

세워 줄 수 있는 당신의 천사들도 만나게 해 주소서.

 

주님,

제가 당신께서 저를 이 세상에 내어 놓으신 이유를 찾아

삶의 경건함을 마음속에 품고 하느님을 경외하며 늘

조심스럽게 인생의 발걸음을 옮기도록 이끌어 주소서.

고요함과 평화가 내내 함께하기를 청하며 오늘도 저를

당신께 맡깁니다.

 

                                                         - SSP -

 

 

묵주의기도:  환희의신비